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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결핵 예방 가능"… DNA 백신 뜬다
작성자
홍기종
작성일
2010-09-03
조회
4236

"에이즈·결핵 예방 가능"… DNA 백신 뜬다

인체에 가짜 바이러스 대신 DNA 넣어 항체 생성 유도… 최근 국내외서 연구 활기

-필라델피아(미국)=이재원 조선경제i 기자 -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분자 치료법(Molecular Therapy)'에 한 논문이 게재되며 전 세계 백신(질병을 예방하는 의약품) 연구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이미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났던 'DNA(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백신 제조법'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DNA를 이용하면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에이즈 예방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3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됐다. 논문이 발표된 이후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빠졌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기존 기술로는 백신을 만들지 못하던 결핵, 말라리아, 뎅기 등의 질병 백신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DNA 백신의 권위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데이비드 와이너 박사(오른쪽)가 동료 교수에게 DNA 백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제공

이들은 요즘 DNA 백신 연구자들을 찾아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10여년의 연구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 중이다. 연구진은 현재까지의 기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향후 개발될 이 백신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연구를 주도한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데이비드 와이너 교수는 "아직 이 기술은 완벽하게 검증된 것이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분명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머나먼 질병 정복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의약품이다. 우리 몸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의 침입을 받으면 이를 공격하는 항체라는 군대를 스스로 만들어 퇴치한다. 이 같은 면역 체계를 잘 이용하면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전에 항체를 미리 만들 수도 있다. 전쟁에 대비해 미리 군대(항체)를 양성하는 것이 백신이다.

대부분의 기존 백신은 우리 몸에 실제 바이러스와는 모양이 같지만 질병은 일으키지 않는 가짜 바이러스를 넣어 몸이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죽은 바이러스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속여 항체를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모든 질병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 바이러스를 만들기 힘든 질병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인류는 백신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에이즈나 결핵 등으로 매년 수백만명을 잃고 있다.

안전성도 문제다. 보통 백신은 부화된 지 11일쯤 된 계란(유정란)에 가짜 바이러스를 넣어 배양(숫자를 늘리는 것)하고 찌꺼기를 걸러내 주사용 액체로 만든다. 이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면 유정란을 생산한 닭이 조류독감에 걸렸거나 다른 이유로 계란이 오염됐을 경우에는 생산된 백신 자체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유정란을 이용한 방법은 백신의 제조 시간도 길어 갑자기 신종플루 같은 질병이 유행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가 DNA 백신이다.

◆컴퓨터로 백신을 디자인한다

DNA 백신은 우리 몸에 바이러스 대신 DNA를 넣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의약품이다. DNA는 우리 몸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일종의 설계도이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역시 단백질로 구성됐다는 점에 착안했다. DNA를 잘 설계하면 몸 안에서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어 항체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를 외부에서 만들어 몸 안에 집어넣는 기존 백신과는 달리 바이러스를 몸 안에서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다. 만드는 재료가 다 몸 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또 DNA로 백신을 만드는 것은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어 백신으로 제조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1980년대 제안된 이같은 방식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초 각광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학과 다국적 제약사들이 연구에 뛰어들었고 수천편의 논문도 나왔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원숭이 실험에서 DNA 백신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며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와이너 박사팀은 지난 10년간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DNA가 세포 속으로 잘 전달되지 못했던 단점을 개선했다. 연구진은 DNA를 사람의 몸에 주사하고 작은 전기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기 충격을 가하면 세포벽에 있는 구멍이 일시적으로 열려 D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 연구결과는 2008년 학술지 '백신'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또 DNA가 전달돼도 바이러스가 잘 만들어지지 않던 문제점도 해결했다. 10여년 전 것보다 DNA를 좀 더 정교하게 디자인한 것. DNA에 대한 각종 연구 성과가 쏟아져 관련 정보가 늘어난 데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발달해 DNA 설계가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와이너 박사는 "바이러스 같은 생체 물질로 연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제는 컴퓨터로 백신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바이오 벤처 이노비오를 통해 미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자궁경부암과 조류독감 등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련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포스텍 성영철 교수팀은 동아제약, 대웅제약, 제넥신과 공동으로 DNA를 이용한 B형간염 백신을 개발, 임상 1상 시험을 마치고 2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또 성균관대 양주성 교수팀은 DNA 전달체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강원대 신정임 교수팀은 자궁경부암과 피부암 관련 DNA 백신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