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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제, 내성 없는 알약 형태 곧 나올 것"
작성자
홍기종
작성일
2010-05-10
조회
3041

"에이즈 치료제, 내성 없는 알약 형태 곧 나올 것"

[중앙일보]

 

[특별대담] 바이러스 질환 권위자 웁살라대 할베리 총장-한림대 김용선 부총장

 

천형(天刑)으로 알려진 후천성면역결핍(에이즈), 그리고 치료제가 없어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C형 간염바이러스, 모두 악명 높은 바이러스 감염질환이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 감염질환도 의학의 진보에 의해 덜미가 잡히고 있다.

에이즈(HIV) 치료제 연구의 세계적 권위인 스웨덴 웁살라대 안데스 할베리 총장이 지난 4일 한림대의료원이 주최한 ‘제3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초청돼 내한했다.

할베리 총장은 HIV와 C형 간염, 말라리아 등 감염성 바이러스 연구의 선두주자.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 제네카의 신약 개발에 참여해 스웨덴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러스 및 미생물학 분야의 권위자인 한림대 김용선 의무부총장이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그를 만나 최근 HIV 치료와 앞으로의 신약 개발 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두세개 약 섞는 에이즈 병용요법, 한계 드러나

▶김용선: 에이즈·간염·결핵·말라리아 등 감염질환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 대체 약제 개발이 시급한데 신약 개발에 통상 15년이나 걸린다.

▶할베리: 현재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에이즈와 C형 간염 등에 사용하는 유일한 치료제는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다. 이번 심포지엄에선 이들 약물의 내성을 극복할 새로운 약제 개발과, 약제 흡수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약물 기전에 대해 발표했다.

▶김: HIV를 갖고 태어난 아기가 전 세계에 지난해에만 43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4종의 약제 중 시중에는 2종만 나와 있다. 1995년에 개발돼 10년 이상 투약하다 보니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 내성이 커지면 약의 용량을 늘리고, 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환자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게 되고, 결국 면역 결핍 증상으로 감염질환에 걸려 사망한다.

▶할베리: 두세 개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억제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1995년도만 해도 에이즈 판정은 ‘죽음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역전사(逆轉寫)효소 억제제밖에 없었으나, 현재는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해 에이즈 환자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문제는 역시 부작용이다. 빈혈·두통·구역질·설사·불면증·피부발진·간기능 장애·구강궤양·췌장염 등 부작용이 다양하다.

▶김: 그렇다. 약효가 떨어져 복용량을 늘리면 콩팥과 간이 망가져 결국 약 독성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달에 300만원이나 드는 약값도 문제다.

펩타이드 활용한 새 치료제 개발 임박

▶할베리: 내성을 극복하는 항생 펩타이드(peptid)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아미노산 복합체인 펩타이드는 체내에 들어가면 필요한 곳으로 흡수되기도 전에 바로 분해돼 없어진다. 따라서 펩타이드 약제는 먹거나 선별적 목표(타기팅)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주사기로 혈관에 바로 주입했다. 하지만 펩타이드의 화학구조를 바꾸면 다른 약물처럼 몇 시간 동안 체내에 머물며 서서히 흡수되고, 부작용도 없앨 수 있다. 간편한 알약 형태이므로 복용이 가능하다.

▶김: 주사의 통증과 공포에서 벗어나고,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해 편리하다. 펩타이드를 이용한 항생제·인슐린·호르몬제 개발이 최근 의약계의 새로운 화두다.

▶할베리: 에이즈는 말라리아와 달리 완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약을 쓰면 평생 발병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에이즈도 고혈압·당뇨병처럼 약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현재 웁살라대학에선 500개 이상의 HIV 치료물질을 개발했다. 이 중 몇 개는 1상 임상시험과 독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C형 간염 치료제는 개발을 완료해 제약회사로 기술 이전 중이다. 특허가 걸려 있어 자세한 내용은 이번 대담 내용에서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김 학장은 2년 내 상용화할 것이라고 조언).

▶김: 항생 펩타이드의 3차원 구조에 기초한 선진국의 신약 개발은 에이즈 치료제, 항암제 개발 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합화학을 이용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분자동력학적 시뮬레이션 발달, 계산화학을 이용한 신약 디자인과 개발에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펩타이드의 특징은 항균작용이 있으면서 부작용이 없고, 지속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펩타이드를 바르는 약이나 패치 형태로 개발해 부작용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치과 임플란트 또는 인공관절 등이 균에 감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항균 효과가 있는 펩타이드를 도포해 이식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한국은 바이오 산업의 메카 될 것

▶할베리: 치료제의 가격이 낮아지면 저개발국의 보건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감염 및 전염성 질환은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 개월 동안 집중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따라서 제약사는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처럼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제 개발에 투자 우선순위를 둔다. 이런 면에서 대학의 제약 연구 기능은 장기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약물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김: 고기능성 항균 펩타이드 제품은 항암제·항바이러스제·구강 및 피부질환 치료제 등에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항생 펩타이드를 DNA 재조합과 대장균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으며, 분리 및 정제 과정에서 순도가 높고, 경제성 있는 항생 펩타이드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베리: 한국에서 바이오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아주 현명한 결정이다. 한국의 발전된 정보기술(IT)과 경쟁력을 갖춘 테크놀로지 산업과 같이 바이오 기술도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이번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그런 맥락에서 일조할 것이다. 바이오 분야는 서로 다른 분야별·직종별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예컨대 의학·기초과학·화학 등이 결합해 새로운 바이오 기술과 연구 결과에 성과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대담자 주요 이력·경력

안데스 할베리 박사


▶1945년생 ▶스웨덴 웁살라 대학 약학대학장 역임 ▶왕립과학학회 왕립공업협회 회원

▶교육 및 연구부문 스웨덴 국왕 훈장 ▶24여 개 이상의 국제적인 논문 발표 ▶현재 웁살라대학 총장

김용선 박사

▶1953년생 ▶한림대 의대 미생물학 교실 교수 ▶일송생명과학연구소 소장

▶질병관리본부 지정 한국 CJD(광우병)진단센터장 ▶생명·노화연구센터장 ▶미생물학회연합회 및

대한바이러스학회장 역임 ▶현 한림대 의무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