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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사이에 HIV가 전염되는 경로 규명
작성자
홍기종
작성일
2010-02-16
조회
1299

남성 사이에 HIV가 전염되는 경로 규명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 2010-02-11

 

HIV는 남성 간의 성교시에 정액을 통하여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HIV의 유전체가 「감염성 RNA 바이러스 입자」(RNA virions)의 형태로 전달되는지, 아니면 「감염된 백혈구에 통합된 DNA」(proviral DNA)의 형태로 전달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HIV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HIV의 전염경로가 명확히 밝혀져야 하기 때문에, 이 논란을 해결하는 것은 「남성 간의 HIV 전염을 차단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HIV는 남성 간의 성교시에 「정액 중에 존재하는 被감염세포(백혈구)」에 의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정액 속에서 부유하는 바이러스 입자」(free-floating virus particles)의 형태로 전염된다는 계통발생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HIV의 전염경로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갖고서 오랫동안 연구를 계속해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HIV가 혈액과 생식기에서 전염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RNA의 복제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번 연구를 주도한 UCSD의 데이비 스미스(Davey Smith)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6쌍의 남성들로부터 채취된 샘플을 분석하였다. 각각의 쌍은 감염자(source, 파트너에게 HIV를 전염시킨 사람)와 피감염자(recipient, 파트너로부터 HIV가 전염된 사람)로 구성되었다. 연구진은 감염자와 피감염자의 체내에서 분리된 바이러스들의 유전체를 비교분석하였다. 그 결과, 피감염자의 혈액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감염자의 정액에서 발견된 유리 바이러스(free virus)의 유전체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이번 연구가 후속연구를 통하여 타당성이 입증된다면, 이번 연구는 「검사와 치료」(test and treat)라는 전략을 지지하는 것이 된다. 「검사와 치료」란 `먼저 HIV 검사를 실시한 후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에게 抗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은 환자의 혈액과 체액에서 바이러스의 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독일 요한볼프강-괴테대학병원(Johann Wolfgang Goethe-University Hospital)의 마틴 스튀머(Martin Stuermer) 박사는 말한다(스튀머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나아가 이 연구는 항바이러스 요법을 이용하여 정액의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를 미검출(undetectable) 수준으로 줄이면 성접촉으로 인한 HIV의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피부의 표면에서 HIV가 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는 국소살균제(topical microbicides)의 개발을 촉진할 전망이다. (이러한 약물들은 이미 개발되어 임상시험에 계류중이다. GTB2009020472) 국소살균제에 대한 반론 중의 하나는 "항바이러스제를 국소적으로 투여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DNA의 형태로 세포 속에 숨어 버린다면, 국소 살균제로는 바이러스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소살균제와 대조적으로 HIV의 전염경로에 관계 없이 효과가 있는 접근방법도 있다. 예컨대 HIV에 노출되기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경구투여하는 접근방법을 노출전 예방(PrEP: pre-exposure prophylaxis)이라고 하는데, PrEP는 HIV의 전염경로가 세포이든 체액이든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러한 약물들은 바이러스의 복제를 중단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콘돔 역시 HIV의 전염경로에 관계 없이 유효한 HIV 전염 방지 수단이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의 수가 너무 적어 HIV의 정확한 전염경로를 명확히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스튀머 박사 자신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처럼 감염자와 피감염자를 동시에 관련지어 비교분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HIV의 전염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감염 직후에 HIV를 검출해야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며, 더욱이 새로 감염된 환자에게 HIV 연구에 참가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AIDS센터의 론 스완스트롬(Ron Swanstrom) 박사는 이러한 종류의 연구에서 샘플의 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HIV의 전염과정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고충은 연구자가 환자들의 프라이버시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샘플을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표본수가 적다는 문제점 외에도, 일부 과학자들로부터 몇 가지 방법론 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예컨대, 이번 연구에서 피감염자들은 자신들이 HIV에 감염되었다고 믿게된 지 평균 72시간 후에 혈액샘플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감염자들은 파트너가 HIV에 감염된 지 약 90일 후에 혈액 및 정액의 샘플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샘플의 채취 시기가 HIV의 감염시점에 근접했다면 이번 연구의 결과가 더욱 설득력을 지닐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HIV는 매우 신속히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샘플의 채취시기가 연구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스튀머박사는 자신이 참여한 다른 논문에서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받아 혈액중의 바이러스 부하가 미검출 수준으로 감소한 환자 사이에서도 HIV의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Antivir Ther 2008;13:729-732). 따라서 이번 논문이「검사와 치료」를 지지한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스미스 박사는 이상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후속연구에서는 참가대상자의 수를 늘리고 질문의 내용을 보완하여 보다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낼 예정이다. "우리는 감염 당시에 발생한 사건들을 보다 세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질문 중에는 `전염 당시에 파트너가 보인 행동은?`, `콘돔의 사용 여부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과 같은 거북한 질문들이 포함될 예정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월 10일호에 게재되었다.